849km, 바다에서 바다까지 — 동서트레일이라는 길

서해에서 출발해 동해에서 끝나는 길이 있다. 충남 태안에서 경북 울진까지 849km.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프랑스길이 약 800km이니, 그보다 길다.

이름은 동서트레일.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국가 장거리 숲길이고, 백패킹을 전제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첫 트레일이다.


55개의 조각으로 나뉜 하나의 길

동서트레일은 한 번에 걷는 길로 설계되지 않았다. 전체가 55개 구간으로 나뉘고, 한 구간은 평균 15km 남짓이다. 하루에 한 구간씩, 혹은 주말에 두 구간씩 — 자기 호흡대로 끊어 걸으라는 뜻이다.

더 눈여겨볼 것은 구간의 시작과 끝을 마을에 두었다는 점이다. 이 길은 5개 시·도, 21개 시·군·구, 225개 마을을 지난다. 걷다가 밥을 먹고, 자고, 쉬는 자리가 산속 어딘가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트레일이 지역과 함께 사는 방식이다.


소나무로 이어지는 길

이 길에는 숨은 주제가 하나 있다. 소나무다. 동쪽 끝 울진의 금강송, 중간의 속리산 정이품송, 서쪽 끝 안면도의 안면송 — 한국을 대표하는 소나무 숲들이 한 줄로 꿰인다.

특히 울진 55구간은 망양정에서 시작한다. 관동팔경의 그 정자다. 길을 따라 왕피천,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 불영계곡(명승 제6호)이 이어진다. 숲길이면서 동시에 옛길이다.


지금 어디까지 걸을 수 있나

2023년 6월, 울진 55구간 20km가 처음 열렸다. 이후 2024년에 태안 1~4구간(57km)과 봉화 47구간이, 2025년에 홍성 9~12구간(49km)과 봉화·울진 48~54구간(103km)이 이어졌다.

2026년 시범운영은 32개 구간 512km 규모다. 지난해 17개 구간 244km에서 두 배로 늘었다. 숫자보다 인상적인 것은 반응이다 — 2025년 시범운영 두 달 동안 약 8만 명이 걸었고, 재방문 의향이 90%였다. 한 번 걸어 본 사람 열에 아홉이 또 오겠다고 한 길이다.

전면 개통은 2027년이다. 원래 2026년 목표였지만 한 해 미뤘다. 이유가 좋다 — 걸어 본 사람들이 지적한 안내 체계와 편의시설, 예약 과정의 불편을 고쳐서 열겠다는 것이다. 길을 먼저 완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대신, 사람의 말을 듣고 길을 고치는 순서다.


동서트레일 시범개통을 맞아 ONYU가 공식노선을 바탕으로 3개의 추천코스를 소개합니다.


⚠️ 대피소 개방 여부와 백패킹 이용 가능 여부는 출발 전에 확인해 주세요.


먼저 걸어 본 사람 — @새벽님의 129km

이 길에 대해 우리가 가진 가장 좋은 자료는 통계가 아니라 한 사람이 남긴 기록이다.

ONYU 사용자 @새벽 님은 2026년 여름 동서트레일을 두 번 걸었다.

그 기록을 ONYU에 공식기록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 주셨다.

새벽님의 동서트레일 11->3

걸으면서 남긴 66개의 웨이포인트는 직접 그길을 걷고 확인해서 작성한 소중한 정보이다.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43시간, 혼자서, 외부 보급 없이. 3일치 식량을 전부 지고 갔다 — 사전 조사에서 마을 안에 보급처가 많지 않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물은 트레일의 식수대와 개수대로 해결했다.


걸으면서 남긴 66개의 표시

이 기록이 소중하고 특별한 건 거리 때문이 아니다. @새벽 님은 걸으면서 웨이포인트 66개를 찍었다.

직접 발로 현장을 확인하고 표시한 정보이다.

  • 잘 곳 6 — 그림같은수목원 간이 대피소(11구간) · 남산산림욕장(10) · 백월산 간이(10) · 용봉산 돌바위마을(9) · 용현자연휴양림(8) · 영탑사대피소(7)
  • 물 6 — 「식수대(음용적합)」 · 「옹달샘(음용불가)」 · 「음수대 미운영」
  • 갈림길 11 — 살포쟁이고개 · 퉁퉁고개 · 의상암터(금술샘) …
  • 위험 2 — 「8구간 보도교유실」 · 「5구간 등산로 구별안됨」
  • 그 밖에 화장실·쉼터·절·정상·가게 — 안국사지 해우소 · 서산마애삼존불 · 백월산 394.4m · 6구간 성당슈퍼

되는 곳만 적은 게 아니라 안 되는 곳을 적었다.

「음용불가」, 「미운영」, 「보도교유실」, 「등산로 구별안됨」 — 물이 나오는 곳보다 물이 안 나오는 곳을 아는 게 장거리에서는 더 중요하다.


못 간 구간도 그대로 적었다

@새벽 님은 4·5구간을 우회했다. 이유도 적어 뒀다 — 등산로 진입부에 수풀이 우거지고 통행 흔적이 없어 진입을 포기했다고. 그리고 한 줄 덧붙였다. 우회 경로는 공식 노선이 아니므로 GPX 이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완주 사진 대신 「여기는 못 간다」를 남기는 기록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는 더 쓸모 있다.

이 코스가 지금 ONYU의 공식 코스로 올라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난이도는 어려움, 예상 43시간으로 표시된다.


ONYU로 동서트레일을 걷는다면

  • 코스를 저장하면 오프라인으로 받아 둘 수 있다. 금강송 숲과 계곡 구간은 신호가 끊긴다. 지도가 안 열리는 자리에서 필요한 건 미리 받아 둔 지도다.
  • 따라가기를 켜면 진행률과 코스 이탈이 보인다.
  • 이틀에 걸쳐 걸어도 이어진다 — 「다음에 재개」로 이어 걸을 수 있다. 55개 구간을 몇 해에 걸쳐 걷는 길에서는 이쪽이 기본값에 가깝다.

스탬프가 「찍었다」를 증명한다면, 기록은 「걸었다」를 남긴다.

캠프가 끝나도 내 발로 지난 자리는 그대로 남는다.


한 구간부터

849km를 한 번에 걸을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도 이 길은 한 구간부터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15km 한 조각, 마을에서 마을까지.

2027년에 전 구간이 열린다.

그때 「나는 몇 구간까지 걸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지금 한 구간을 걸으면 된다.


ONYU!

O(w)n Your Trail!!